플라스틱 연포장을 종이 기반 소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더 구체화되고 있다. 뉴스핌은 2026년 4월 한솔제지가 기존 플라스틱 연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종이 기반 2차 포장재 프로테고 HS(Heat Sealable) 시리즈를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초콜릿, 사탕, 분말소스, 김, 커피 등 식품의 2차 포장재로 활용 가능하고, 인쇄·가공·충전 등 주요 공정에 대한 사전 테스트를 마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소식은 단순한 신제품 뉴스로만 볼 일이 아니다. 구매·개발 담당자 입장에서는 “종이 포장재로 바꿀 수 있다”는 문장보다 어떤 성능 수치와 문서가 있어야 실제 전환을 검토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식품·생활소비재 포장에서는 산소 차단성, 수분 차단성, 열봉합성, 재활용성 판단이 함께 맞아야 한다.

고차단 종이 포장재는 ‘종이 느낌’보다 수치가 먼저다

고차단 종이 포장재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항목은 OTR과 WVTR이다. OTR은 산소투과도, WVTR은 수증기투과도를 뜻한다. 둘 다 낮을수록 산소와 수분이 포장재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종이 기반 고차단 포장재 샘플의 산소와 수분 차단성을 검사하는 장면

제품군별로 필요한 기준은 다르다.

  • 김, 스낵, 분말소스: 수분 유입에 민감하므로 WVTR과 실링부 누설을 우선 확인한다.
  • 커피, 향이 강한 분말 제품: 산소와 향 손실이 중요하므로 OTR, 향 보존성, 핀홀 발생 여부를 함께 본다.
  • 초콜릿, 사탕류: 수분뿐 아니라 표면 끈적임, 블루밍, 포장 내부 결로를 점검한다.
  • 단기 유통 2차 포장: 절대 차단성보다 인쇄성, 접힘 내구성, 작업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급사 제안서에는 “친환경 종이 포장재”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검토표에는 시험 조건, 시험 방법, 샘플 구조, 보관 조건, 기존 필름 대비 비교값이 들어가야 한다.

열봉합 가능 여부는 설비 조건과 같이 봐야 한다

프로테고 HS의 이름에서 보이는 HS는 Heat Sealable, 즉 열봉합 가능성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종이 기반 포장재가 기존 플라스틱 연포장을 대체하려면 소재 자체의 차단성만큼 라인에서 안정적으로 붙는지가 중요하다.

종이 기반 열봉합 포장재를 포장 라인에서 테스트하는 장면

실무 검토에서는 다음 질문을 공급사에 요청해야 한다.

  1. 권장 실링 온도와 압력, 체류 시간은 얼마인가?
  2. 기존 포장 설비의 속도에서 씰 강도가 유지되는가?
  3. 절단면 보풀, 접힘부 크랙, 코팅층 박리가 발생하지 않는가?
  4. 인쇄 후 열봉합성이 달라지지 않는가?
  5. 롤 장력, 원단 폭, 최소 주문량이 기존 필름과 어떻게 다른가?

보도자료에서 “설비 교체 없이 전환 가능”이라는 표현이 나오더라도, 현장에서는 제품별 포장기, 충전물, 속도, 온습도 조건이 다르다. 그래서 샘플 테스트는 반드시 실제 라인 조건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재활용성 A등급 주장은 문서로 확인해야 한다

뉴스핌 보도는 프로테고 HS가 종이 소재라 EPR 분담금 면제 효과가 있고, EU 포장폐기물 규정(PPWR) 재활용성 최고 등급인 A등급 요건에 맞춰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은 수출 포장재 검토에서 중요한 장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재활용성은 한 문장 주장보다 문서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종이 기반 포장재라도 코팅층, 접착제, 잉크, 열봉합층이 들어가면 실제 재활용성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구매팀이 요청할 문서는 다음과 같다.

  • 재질 구성표: 종이층, 코팅층, 실링층, 접착제 비율
  • 재활용성 시험 또는 평가 결과
  • 국내 분리배출·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대응 자료
  • EU 수출용 적합성 선언서(DoC)와 기술 문서(TD)
  • 식품접촉 용도라면 관련 이행성·안전성 자료

종이 기반 식품 2차 포장재 샘플과 재활용성 평가 문서를 검토하는 장면

특히 “종이”라는 큰 분류만 보고 원가 절감이나 규제 대응을 확정하면 위험하다. 실제 견적 단계에서는 포장재 단가, EPR 비용, 폐기물 처리 기준, 수출국 표시 요건, 클레임 리스크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

어떤 제품부터 파일럿을 시작할까

고차단 종이 포장재는 모든 플라스틱 연포장을 한 번에 대체하기보다, 리스크가 낮은 제품부터 파일럿을 진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우선 검토하기 좋은 품목은 다음과 같다.

  • 내용물이 직접 닿지 않는 2차 포장
  • 유통기간이 비교적 짧고 수분·산소 민감도가 낮은 건식 제품
  • 브랜드가 친환경 패키지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쓰는 제품
  • 수출 고객사가 PPWR, EPR, 재활용성 자료를 요구하는 제품
  • 기존 포장 설비에서 테스트 샘플을 소량 돌려볼 수 있는 제품

반대로 액상, 고유분, 냉장·냉동 장기 유통, 강한 향 보존이 필요한 제품은 더 높은 검증 단계가 필요하다. 이 경우 종이 기반 포장재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OTR·WVTR·실링·핀홀·식품접촉 자료를 더 촘촘히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론: 친환경 전환은 소재명이 아니라 데이터 패키지다

프로테고 HS 같은 국산 고차단 종이 포장재의 등장은 국내 포장 공급망에 좋은 신호다. 플라스틱 원료 가격 변동, EPR 비용, PPWR 대응, 브랜드의 탈플라스틱 요구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공급사가 테스트와 문서 지원을 제공한다면 구매팀의 선택지는 넓어진다.

하지만 실제 도입 판단은 “종이로 바꿀 수 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OTR, WVTR, 열봉합 조건, 설비 적용성, 재활용성 평가, 식품접촉 자료가 하나의 패키지로 준비되어야 한다. 앞으로 종이 기반 기능성 포장재 경쟁력은 소재 자체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작성자 소개

PackingMaster: 페이퍼팩로그 편집자. 종이 포장재 산업의 시장 동향, 제품 정보, 기술 인사이트를 모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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