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발행한 화재·인명사고가 흔든 골판지 원지 시장 글의 후속편이다. 아세아제지 세종공장 사망사고(3.25)와 한국수출포장 오산 화재(2.7)로 촉발된 공급 위기가 약 40일 경과한 2026년 5월 첫째 주 시점에서 어디까지 회복됐는지, 그리고 남은 리스크는 무엇인지 정리한다.

두 공장의 현재 상황: 복구 격차 뚜렷

아세아제지 세종공장 재가동 현장 이미지

아세아제지 세종 — 4월 20일 재가동, 그러나 조건부

아세아제지는 4월 20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세종공장 작업중지 해제 승인을 받아 생산을 재개했다고 공시했다. 3월 25일 사망사고 이후 26일 만이다. 초지기 1대를 4월 20일 가동하고, 사고가 발생한 초지기는 4월 21일 야간조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세종공장은 아세아제지 전체 매출의 37.48%(2025년 연결 기준 약 3,205억 원)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회사 측은 생산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며 제품 공급 차질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재가동 이틀 후인 4월 23일, 매일노동뉴스는 단독 보도를 통해 현장 노동자 증언을 전했다.

“치우던 방식대로, 직접 팔퍼에 폐지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계속 일했다. 강도만 더 높아졌다.”

노동당국의 조건부 해제 승인에서 제시된 4가지 조건(표준작업절차서 제출, 작업계획서 제출, 자체진단 위험요소 80% 이상 개선, 특별안전교육 계획 수립)에 대해 노조 측은 “노동자 의견 반영 없는 요식행위"라고 비판했다. 회사는 생산량 회복을 위해 촉탁직 야간조 편성과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동의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유족과 노조는 경영진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5월 첫째 주 실질 가동률은 공식 공시가 없으나, 업계에서는 사고 이전 정상 가동 대비 60에서 80% 수준으로 추정한다.

한국수출포장 오산 — 복구 일정 여전히 미공시

한국수출포장(002200)은 2026년 2월 7일 경기도 오산 공장 화재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회사는 2월 9일 전자공시를 통해 해당 공장은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손실액은 보험회사의 손해사정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산 공장은 국내 골판지 원지 공급량의 약 5%, 연간 25만 톤을 담당한다. 업계는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5월 현재까지 구체적인 복구 완료 일정은 공시되지 않았다.

재무 상황도 악화됐다. 한국수출포장은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65억 5,700만 원, 당기순손실 38억 8,000만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 감소한 2,895억 원이다. 화재와 가동 중단이 2026년 실적에 추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5월 원지 시세: 압박 지속, 정상화는 요원

이전 글에서 다룬 바와 같이, 국내 골판지 원지 가격은 2025년 12월 이후 12에서 18% 상승했다. 한국제지연합회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월 재고는 15만 2,76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이 4월 20일 재가동됐지만, 생산량이 완전 회복되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연간 62만 톤 규모 공장이 한 달 가까이 멈췄다가 재가동하면, 재고 보충에 통상 6에서 8주가 소요되는 것이 업계 일반적인 경험칙이다.

5월 첫째 주 KLB·CCC 시세는 공식 데이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4월 고점 대비 소폭 안정화 흐름이 관측된다. 다만 한국수출포장 오산 공장의 복구 미완료로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스 제조사 vs 발주사: 가격 협상의 현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4월 1일 골판지 상자 수요 기업에 공식 상생 협력을 요청했다. 조합은 원지와 각종 원부자재 수급 불안 및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로 생산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청이 실제 가격 협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국내 골판지 상자 제조기업 약 2,000개의 대부분은 중소·영세업체다. 이들은 대형 유통사·식품사·택배업체와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원가 상승분을 즉각적으로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택배업체와 식품업체가 전체 골판지 생산량의 50% 이상을 소비하는 구조에서, 발주사의 단가 협상력이 절대적으로 강하다.

5월 중 일부 택배·식품 계열사 대상 단가 인상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식 성사·결렬 사례가 업계 전체로 집계·공개된 바는 없다.

골판지 박스 제조 공장 가격 협상 현장 이미지

추가 공급 충격 가능성: 정기보수 시즌 변수

국내 주요 원지 메이커의 정기보수 시즌은 통상 5에서 6월에 집중된다. 현재 공급 충격 상황에서 정기보수가 겹칠 경우, 재고 회복 속도가 추가로 지연될 수 있다.

한솔제지는 2025년 9월 신탄진공장 화재와 7월 사망사고 이후 안전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상반기 내 추가 정기보수 또는 점검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제지·아세아제지 등 다른 메이커의 정기보수 일정은 5월 초 시점 공시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이미 타이트한 상황에서 대형 메이커가 계획 정비를 미루기 어렵고, 5에서 6월 정기보수가 겹치면 단기적으로 추가 시세 자극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대응: 수입 대체·재활용률·헤지 전략

공급 타이트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박스 제조사는 대응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① 수입 원지 조달 확대 중국산 KLB·CCC 원지를 중심으로 수입 조달을 늘리는 업체가 늘고 있다. 다만 해상 운임 변동성과 한국 규격 적합성(무게·강도 기준) 문제로 전면 대체는 어렵다는 평가다.

② 재활용률 조정 원지 제조 시 투입되는 재활용 고지(OCC) 비율을 높여 원가를 절감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강도 저하 문제와 고지 수급 불안이 함께 작용해 효과는 제한적이다.

③ 재고 비축과 헤지 일부 대형 발주사(식품·유통 계열)는 단기 재고 비축을 통해 향후 단가 협상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단, 보관 비용과 현금흐름 부담이 중소 제조사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급 정상화 시나리오: 빠른 회복 vs 장기화

시나리오전제 조건재고 정상화 예상 시점
빠른 회복아세아제지 세종 풀가동(6월), 한국수출포장 오산 9월 복구, 추가 정기보수 없음2026년 3분기 말
기본 시나리오아세아제지 세종 점진적 증산, 오산 복구 지연, 5에서 6월 정기보수 1에서 2건2026년 4분기
장기화수사 결과로 아세아제지 추가 작업중지 명령, 오산 복구 1년 이상, 정기보수 다수 겹침2027년 상반기

위 시나리오는 현재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분석적 추정치이며, 공식 전망치가 아니다.

마무리: 회복 중이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의 재가동은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수사는 진행 중이며, 한국수출포장 오산 복구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재고 회복까지 최소 수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기보수 시즌(5에서 6월)과의 충돌은 추가 변수로 남아 있다.

5월부터 여름 성수기(택배 물량 증가)가 본격화된다는 점도 시장 참여자들이 주시해야 할 지점이다. 박스 제조사라면 원지 조달 다각화와 발주사와의 단가 협상 타이밍을 이 시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은 완전히 정상화됐나요?

아니오. 4월 20일 조건부 재가동이 허가됐으며, 회사 측은 빠른 정상화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4월 23일 시점에도 안전 작업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추가 작업중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 2026년 5월에도 박스 가격은 계속 오를까요?

원지 가격 압박이 지속되는 한 박스 원가는 내려가기 어렵습니다. 다만 대형 발주사와의 협상 구조상 실제 납품 단가 인상이 즉시 반영되기는 어렵고, 업체별로 협상 타이밍과 조건이 다릅니다. 재고 회복 시점(예상 3에서 4분기)이 시세 안정의 열쇠입니다.

Q: 한국수출포장 오산 공장은 언제 복구되나요?

2026년 5월 현재까지 공식 복구 완료 일정이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업계 초기 전망은 수개월이었으나, 재무 부담(적자 전환)과 보험 손해사정 절차 등을 고려하면 2026년 하반기 내 복구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됩니다.

Q: 수입 원지로 공급 부족을 메울 수 있나요?

일부 가능하나 전면 대체는 어렵습니다. 중국산 원지가 주요 대안이지만, 해상 운임 변동성과 국내 표준 규격(강도·무게) 적합성 검토가 필요하며, 도착까지 리드타임이 3에서 6주 소요됩니다. 국내 수급 안정화의 근본적 해결책은 기존 공장들의 정상 가동 복귀입니다.

Q: 다음 점검 시점은 언제인가요?

① 아세아제지 수사 결과(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여부) ② 한국수출포장 오산 복구 공시 ③ 2026년 2분기 한국제지연합회 재고 통계 발표(7월 예정)가 핵심 지표입니다. D+90인 2026년 6월 말을 다음 시황 점검 기준점으로 제안합니다.

작성자 소개

PackingMaster: 페이퍼팩로그 편집자. 종이 포장재 산업의 시장 동향, 제품 정보, 기술 인사이트를 모아 정리합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