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포장규제인 PPWR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영국 포장 규제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국은 EU를 떠난 뒤 자체 포장 EPR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재활용성 평가 방법론인 RAM을 통해 포장재의 등급과 비용 부담을 연결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EU 기준만 맞추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제품을 영국 시장에 공급하는 구조, 포장재의 소재, 재활용성 평가, 데이터 제출, 비용 부담 주체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RAM은 포장재가 실제 재활용 흐름에서 얼마나 수용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실무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영국 포장 EPR은 무엇을 바꾸나

포장재 샘플과 데이터 화면을 보며 규제 대응을 검토하는 장면

EPR은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즉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다. 포장재가 시장에 투입된 뒤 수거·선별·재활용·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생산자와 관련 사업자가 더 직접적으로 부담하게 만드는 제도다.

영국 정부는 포장 폐기물 생산자, 수수료와 재활용 의무, 재활용성 평가 방법론, 컴플라이언스 스킴, 재처리업체와 수출업체 등으로 나누어 관련 지침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 문구를 쓰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포장재를 얼마나 시장에 넣었고, 그 포장재가 재활용 체계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데이터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다음 질문이 중요하다.

  • 영국 내 책임 주체는 누구인가
  • 제품 포장, 운송 포장, 이커머스 배송 포장 중 어떤 포장재가 대상인가
  • 포장재별 소재와 중량 데이터를 누가 보유하고 있는가
  • 재활용성 평가를 위한 구조와 소재 정보가 충분한가
  • 현지 유통사나 수입사가 요구하는 데이터 양식이 있는가

RAM은 재활용 가능 여부를 더 구체적으로 묻는다

RAM은 Recyclability Assessment Methodology의 약자다. 포장재가 단순히 “재활용 가능"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를 넘어서, 영국 재활용 시스템 안에서 실제로 수집·선별·처리될 수 있는지를 단계적으로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정부 지침은 포장재의 소재, 구성 요소, 분리 가능성, 오염 가능성, 색상, 코팅, 라벨, 잉크, 접착제, 금속성 요소 같은 항목을 평가 대상으로 본다. 종이포장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코팅, 분리 어려운 창문 필름, 강한 접착제, 복합소재 구조가 들어가면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접근할 수 있다.

  1. 포장재의 주 소재를 확인한다.
  2. 라미네이션, 코팅, 창문 필름, 테이프, 라벨을 분리해 본다.
  3. 소비자가 쉽게 분리배출할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한다.
  4. 선별 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킬 색상이나 소재가 있는지 본다.
  5. 재활용 공정에서 섬유 회수율이나 오염 리스크를 검토한다.
  6. 평가 결과와 근거 자료를 데이터로 남긴다.

등급은 결국 비용 신호가 된다

포장재 샘플과 규제 데이터를 검토하는 작업대

포장 EPR에서 재활용성 등급은 단순한 표시가 아니다.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와 어려운 포장재를 비용 구조로 구분하기 위한 신호가 된다. 잘 재활용되는 구조는 상대적으로 낮은 부담으로, 재활용이 어렵거나 시스템에 비용을 주는 구조는 더 높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구조가 본격화되면 포장 설계 단계의 의사결정이 바뀐다. 예전에는 포장재 단가와 디자인 선호가 우선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음 항목도 함께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 복합소재 사용으로 인한 재활용성 저하
  • 코팅과 접착제가 선별·재활용에 미치는 영향
  • 라벨이나 잉크가 재활용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
  • 분리배출 안내가 부족해 소비자 오염이 늘어나는 문제
  • 포장재 중량 증가가 신고량과 비용에 미치는 영향

즉, 포장재 단가가 낮아도 EPR 비용과 데이터 관리 부담이 커지면 총비용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종이포장도 예외가 아니다

종이 기반 포장재는 재활용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종이포장도 구조에 따라 RAM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식품·화장품·생활용품 포장에서 많이 쓰는 코팅지, 창문 달린 종이상자, 접착 라벨, 금박·은박 장식, 습기 차단층은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확인할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종이와 비종이 소재가 쉽게 분리되는가
  • 코팅이나 라미네이션이 재활용 공정에서 문제를 만들지 않는가
  • 창문 필름이 소비자에게 분리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는가
  • 접착제와 테이프가 펄프화 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가
  • 진한 색상이나 금속성 인쇄가 선별·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가
  • 포장재 중량과 소재 구성이 데이터로 관리되는가

종이라는 소재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활용성은 소재 이름이 아니라 구조와 공정 적합성으로 판단된다.

수출 기업이 준비할 데이터

영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포장재를 설계할 때부터 데이터 확보를 염두에 둬야 한다. 나중에 현지 파트너가 자료를 요청하면, 이미 납품된 포장재의 구성과 중량을 되짚어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준비할 자료는 다음과 같다.

  1. 포장재 종류: 1차 포장, 2차 포장, 운송 포장, 이커머스 배송 포장
  2. 소재 구성: 종이, 플라스틱, 금속, 유리, 복합소재 등
  3. 포장재별 중량과 치수
  4. 코팅, 라미네이션, 접착제, 라벨, 잉크 정보
  5. 소비자 분리배출 방법
  6. 재활용성 평가 근거
  7. 공급사 변경 시 소재 변경 이력
  8. 현지 수입사·유통사에 제공한 데이터 버전

이 자료는 규제 대응뿐 아니라 고객사 문의, ESG 보고, 포장 개선 프로젝트에도 그대로 활용된다.

포장 설계에서 바뀌어야 할 질문

영국 EPR과 RAM을 고려하면 포장 설계 질문은 더 구체적으로 바뀐다. “친환경인가"라는 질문보다 “영국 재활용 시스템에서 어떤 등급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포장 설계 회의에서는 다음 질문을 넣는 것이 좋다.

  • 같은 기능을 단일 소재 구조로 만들 수 있는가
  • 코팅을 줄이거나 재활용 친화적인 대체 소재를 쓸 수 있는가
  • 소비자가 분리하지 않아도 재활용 공정에서 문제가 적은가
  • 라벨과 접착제를 작게 만들거나 쉽게 제거할 수 있는가
  • 장식 인쇄가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는가
  • 설계 변경이 포장재 중량과 신고 데이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 질문을 초기 단계에 넣으면, 제품 출시 후 규제 비용 때문에 다시 포장을 바꾸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마무리

영국 포장 EPR과 RAM은 포장재를 단순히 “재활용 가능"이라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포장재가 실제 수거·선별·재활용 체계 안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 결과가 비용과 데이터 의무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묻는다.

영국 수출 기업은 EU PPWR 대응과 별도로 영국 시장의 요구를 확인해야 한다. 종이포장이라도 코팅, 라벨, 접착제, 복합소재 구조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포장 설계의 경쟁력은 보기 좋은 디자인뿐 아니라, 재활용성 데이터와 비용 구조까지 설명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올 것이다.

작성자 소개

PackingMaster: 페이퍼팩로그 편집자. 종이 포장재 산업의 시장 동향, 제품 정보, 기술 인사이트를 모아 정리합니다.

참고 자료